1930년대 전후 한국 문학은 읽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지금의 가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고, 우리말인 것 같지만 외국어인 듯 낯선 낱말이 독서 흐름을 끊기 때문입니다. 이런 몇 가지 고비만 넘긴다면 한국 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익함은 참으로 많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이끌어 준 이 땅 선배들의 진솔한 삶과 진지한 고민이 담긴 문화유전자를 각별하게 느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와 사회라는 씨실과 날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우리의 이야기에 "나"를 담아 살펴볼 수 있다면 수험대비와 논술력 향상은 그야말로 덤으로 얻는 것이지요.
단순한 독서를 너머 생각의 폭을 넓히고 우리 삶에 비춰보기 위해 【한 걸음 더 깊이 감상하려면】페이지를 마련합니다. 전체의 줄거리와 주제, 서사 구조 및 인물의 성격, 역사적 사실과 배경 등을 덧붙여 입체적인 작품 이해를 돕고자 했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 작품을 한 걸음 더 깊이 감상하는데 든든한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연화봉 마을, 인심 좋은 오생원 집에 충직한 벙어리 하인 삼룡이가 살고 있습니다. 오생원의 버릇없는 3대독자 아들은 삼룡이를 학대합니다. 이런 처지를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고 살던 삼룡이에게 현실의 부당함에 눈뜨게 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삼룡이에게는 선녀같이만 보이는 예쁘고 유순하고 얌전한 새색씨가 이 집에 오면서부터...
나도향
생애 :
1902~1926
본명은 경손, 필명은 빈, 호는 도향稻香.
서울 출생. 7남매 중 장남.
배재고보 졸업 후 한의사였던 조부와 의사였던 아버지의 뜻으로 경성의학전문대에 입학. 본인의 의지로 경성의전 학업을 중단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갔으나 학비 마련이 어려워 귀국.
1921년 1월 1일 《신청년》에 『나의 과거』/《배재학보》에 『출향』, 『신민공론』, 『추억』을 발표하면서 작가 생활 시작.
1922년 《백조》창간호에 『젊은이의 시절』로 등단. 이상화, 현진건, 박종화와 함께 《백조》동인으로 참가.
1923년 19살의 나이로 동아일보에 100회가 넘는 장편 『환희』를 연재해 주목받음.
1925년 문학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다시 유학을 갔지만 이후 가난과 폐병으로 고생하다가 귀국.
1926년 8월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남.
대표작품 :
『환희』,『17원 50전』, 『행랑 자식』, 『여이발사』, 『벙어리 삼룡이』,『지형근 』, 『물레방아』, 『뽕』 등
작품세계 :
시 중심의 낭만주의가 주를 이루던 한국문단에서 나도향은 드물게 낭만주의 소설을 작품화 하였다. 외부 세계의 모순을 사실적으로 바라보게 한 점에서 나도향의 낭만주의는 결코 값싼 감상에 머물지 않는다. 『옛날의 꿈은 창백하더이다』1922, 『17원 50전』1923, 『은화』1923 등의 초기 작품에 나타난 주관적 감상과 환상을 극복하고 냉철한 객관적 사실주의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깝게도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사상과 작품세계가 미완으로 남게 된다. 『뽕』, 『물레방아』는 현실을 냉철하게 관찰하여 객관적으로 묘사한 사실주의 소설의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벙어리 삼룡이』는 탐미적 경향과 낭만주의, 사실주의 경향이 어우러져 단편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